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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fan"이 "han"처럼 들린다면 — 자꾸 헷갈리는 /f/와 /h/

fanhan을 소리 내어 이어서 말해 보자. 거의 똑같이 들린다면 귀가 나빠서가 아니다. 입 안에서 완전히 다른 위치에서 만들어지는 두 소리, /f/와 /h/를 하나로 뭉뚱그리고 있는 것이다.

마찰이 일어나는 자리가 서로 다르다

/f/는 순치 마찰음이다. 윗니가 아랫입술에 가볍게 닿고, 그 좁은 틈으로 공기를 밀어낸다. 마찰은 바로 그 자리, 입 앞쪽에서 일어난다 — 거울로 보이고, 손등을 대면 집중된 바람도 느껴진다.

/h/는 성문 마찰음이다. 입술도 혀도 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. 입은 이미 다음에 올 모음의 모양을 하고 있고, 마찰은 목구멍 깊숙한 곳, 성문에서 일어난다. 사실상 입술 움직임이 전혀 없는, 들리는 날숨일 뿐이다.

비슷하게 "바람 소리" 같지만, 나오는 자리는 정반대

거울을 보면서 이 짝들을 발음해 보자. /f/ 단어에서는 윗니가 아랫입술에 닿는 것이 눈에 보여야 한다. /h/ 단어에서는 입술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— 소리는 오직 열린 목구멍에서 나온다. 두 목록에서 입술 모양이 똑같아 보인다면, 서로 다른 두 음소를 완전히 같은 입 동작으로 내고 있다는 뜻이다.

왜 하필 이 두 소리가 자꾸 섞이는가

한국어에는 영어 /f/에 정확히 대응하는 소리가 없다. 외래어에서는 보통 'ㅍ' 혹은 'ㅎ'으로 옮겨 적는데, 이 과정에서 입술과 이가 맞닿는 감각 없이 두 소리를 모두 "숨이 섞인 소리" 정도로 뭉뚱그려 처리하는 습관이 생긴다. 반면 /h/는 한국어 'ㅎ'과 비슷해 보이지만, 한국어 'ㅎ'은 뒤에 오는 모음에 따라 마찰의 세기와 위치가 조금씩 달라진다. 그래서 영어의 /h/처럼 어떤 모음 앞에서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성문 마찰음을 만드는 감각이 약한 채로, /f/ 자리에까지 이 느슨한 'ㅎ' 감각을 가져다 쓰게 되는 것이다.

연습법: 귀보다 먼저 입 동작을 확인한다

차이를 더 정확히 "들으려" 하기보다, 입이 실제로 두 가지 다른 동작을 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자. /f/ 단어에서는 이가 입술에 닿는지, /h/ 단어에서는 입술이 완전히 가만히 있고 소리가 목구멍에서만 나오는지 점검한다. fair/hair, fill/hill 같은 짝을 모음은 그대로 두고 시작 동작만 바꿔가며 번갈아 연습하자. 동작이 확실히 달라지면, 귀는 자연스럽게 그 차이를 따라온다.

어떤 단어가 입술 마찰 /f/인지 목구멍 마찰 /h/인지 바로 확인하고 싶다면? PHONO는 카메라로 영어 문장을 비추기만 해도 단어마다 국제음성기호를 표시해 주고, 영국식과 미국식 발음을 함께 들을 수 있다.